사라진 공간_동거차도
2015년 8월 19일, 세월호 침몰 490일 만에 인양작업이 시작되었다. 정부는 세월호 인양 현장에 유가족의 접근을 막았고 비공개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4.16가족협의회 내부에서는 2014년부터 동거차도에 가서 세월호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상황이라 인양작업 착수가 결정되자 가족감시단 역할을 공식화하고 9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동거차도 ‘세월호 인양 가족감시단’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5년 9월 1일 동거차도 천막텐트
8월 29일 인양현장에서 2.6Km 떨어진 곳 동거차도 야산 완만한 절벽에 텐트를 쳤지만 거센 바닷바람에 이틀만에 망가졌다. 그런데 동거차도 남동쪽 해안 절벽위에 2014년 4월16일 참사가 있던 그날 KBS방송국 취재팀에서 세월호를 촬영하는 목적으로 설치했던 철재 구조물이 철거되지 않고 흉물로 방치되어 남아있던 상황이었다.
어느정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 재활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철재 구조물을 재정비하고 바람과 추위를 막기 위해 그 기둥 위에 헝겊과 비닐을 덮고 마지막으로 천막원단을 덧씌웠으며, 바닥에는 냉기에 대비하기 위해 스티로폼(styrofoam)을 깔아 천막텐트를 완성시켰다. 특히 천막원단은 4~5명의 성인 남자도 감당하기 힘든 무게였고 유가족분들이 한 몸이 되어 “왼발!, 왼발!, 왼발!”의 외침과 숨돌림을 여러번 한 후 산 정상까지 이동시킬 수 있었다. 전기도 물도 아무것도 없는 산속이어서 모든 생필품은 직접 운반하였고 마을에서 동거차도 감시초소까지는 유가족분들의 발걸음이 새로운 길이 되었고 주변 나무가지에 노란 리본을 묶어서 통행길을 표시하였다.
세월호 인양 가족감시단 활동
가족감시단은 3명이 한팀이 되어 일주일 교대로 운영되었고 정부의 인양작업 과정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영상 촬영하였으며 일일상황 기록지에 날씨를 비롯한 모든 활동을 기록하는 것이 담당 임무였다. 가족 감시단이 기거했던 장소에서는 세월호 인양작업 예인선 후미만 보이는 위치였고 망원렌즈의 비율을 아무리 높인다 하여도 크레인선 위에서의 작업 감시 기능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감시단을 계속 운영했던 것은 안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과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 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자 동시에 제발 잘하라는 압박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가족감시단 활동은 추위, 더위, 벌레 등 환경이 주는 괴로움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희생자들의 마지막 현장을 참담한 마음으로 하루종일 바라봐야하는 마음의 고통이 있는 힘든 작업이었다.
2016년 3월 12일 후원자의 기부로 돔 형태의 감시초소 2개가 새롭게 제작되었다. 2015년 만들었던 천막텐트에서는 감시기능이 이루어졌고 큰 돔천막은 식사해결하는 공간으로, 작은 돔천막은 숙소를 해결하는 기능으로 사용되었다.
동거차도 가족감시초소 전경(2016)
2018년 9월 1일 동거차도 감시초소 철거
2017년 3월 세월호가 인양되었다.
그후에도 가족감시단은 해양수산부의 해저수색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계속 잔류하였다.
2018년 9월 1일,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은 천막텐트와 돔천막을 분해하여 릴레이 방식으로 마을로 운반하였고 나머지 생필품을 비롯한 작은 쓰레기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정리하여 자연의 원상태로 모든 것을 돌려놓고 철수하였다.
감시초소를 만든 지 3년 만에 철거된 것이다.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려주고 품어주셨던 동거차도 주민들은 유가족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거차도 감시초소가 있었던 그 곳에는 돌로 형상화한 리본모양만 남아있다.
- 2019.09.26
- 4.16기억저장소